TRTL: 마음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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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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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6개 장별로 중요한 문장을 3개 이상 발췌해서 필사하고 사진을 찍어서 그것을 블로그에 올리세요.

2. 지금 현재 나의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단 하나의 문장을 찾으세요. 그리고 발췌한 단 하나의 문장을 선정한 근거를 6개의 문장으로 제시하세요. 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진 '논증(argumentation)'으로 7개의 문장을 만들어 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정확하고 예리하게 짚어내는 능력이 상실됐거나, 그 능력이 잠시 심술을 부리거나 흥분한 상태라면, 기분이나 느낌을 믿고서 내린 선택은 무참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오늘 일과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독 길었던 하루를 부담과 막막함으로 풀어냈던 날이라 언니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이번주 TRTL 과제가 부담되어 포기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언니는 시작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적으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78개의 문장을 찾고 적을 생각에 막막했고 이런 내 심정을 모르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듯한 언니가 미웠다. 그래서 언니에게 "78개의 문장을 언제 다 적어..."라고 말하면서 차갑게 얘기했다. 그 뒤에 한 20초 정도 징징 거렸다. 다 포기하고 싶다고... 하지만 언니도 시험 기간이었고 피곤해 내 상태를 완전히 신경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정적이 도는 게 싫어서 화제를 돌렸다. "엄마 아빠 여행 가서 맛있는 거 사오시면 좋겠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말해." 아무 생각 없이 뱉은, 책임질 생각 없이 가볍게 던진 말인데 진지하게 반응을 해서 괜히 기분이 상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말하냐고 언니한테 따졌지만 정작 예민한 건 나였다. 감정을 정확하고 예리하게 짚어내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감정을 읽기에는 너무 지친 순간이 요즘따라 늘어났다. 그리고 기분과 느낌만 믿고서 내린 선택은 오늘처럼 처참하다.

3. 작가는 24장(p.271)에서 10대, 20대, 30대, 40대 마음의 특징을 잘 묘사했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은 이제 10대와 20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마음 묘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선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의 얘기를 7개의 문장으로 작성하여 제출하기 바랍니다.

"그대에겐 모든 유년의 기억도 한꺼번에 불어 닥치고, 해내야만 할 일도 한꺼번에 불어 닥친다."

내가 많이 피곤하긴 한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저자는 이 모든 문장에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삐딱하게 책을 읽었다. 완독하지도 못했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이번 책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TRTL 책 중에서 가장 비참한 독서를 했다.

아직 20대라는 말은 내게 버겁다. 나는 2004년에 태어나 21살로 살고 있지만 난 20살이었던 적이 없고 만 19세에 불과하다. 가끔 상상하곤 한다. 해외에서 나는 19살로 살고 있겠지, 19살 치고는 21살의 삶을 잘 버티고 있어. 내게 유년의 기억은 불어 닥치지 않는다. 지나간 일의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담긴 영상과 사진을 보면 좋아 보인다. 차라리 홀든처럼 십대를 방황으로 보냈다면 좋았을텐데. 유년의 기억은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건조하게 날아온다. 그 낙엽이 그리는 궤도의 꼬리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곳으로 걷는 것은 고역이다. 드라마 <오피스>의 마이클이 파산을 선언하듯이 나도 오늘은 포기를 선언하고 싶다.

희정
희정 문학·책

And backbeat, the word is on the street that the fire in your heart is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