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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10-31 17:41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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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가는 겨울, 도스토옙스키의『죄와 벌』을 읽었다. 그 두꺼운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덮은 후 고개를 들었을 때 불과 몇 분 전까지 바라보던 세상이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세계를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칼비노의 『우주만화』, 카뮈의『페스트』등을 만나며 나의 세계는 。차 넓어지기도, 그 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는 삶이다. 이처럼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마다 책으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으며 삶을 조정해 온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져도 책의 중요성과 가치에 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책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책을 보관하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공간인 도서관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의 .토판 문서 보관소에서 오늘날의 공공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은 시대에 따라 그 역할과 형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그러나 수많은 기록과 책을 모으고 이를 일정한 질서대로 배열하며 사람들이 이것을 열람하게 한다는 기본적인 성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능을 넘어 책과 사람이 만나는 경험 자체를 공간화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웨덴의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Gunnar Asplund)가 설계한 스톡홀름 공공도서관은 이 질문에 대한 인상적인 답을 보여준다.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건물 / 사진. © FEDERICO COVRE, 출처. DIVISARE 1928년 문을 연 이 도서관은 북유럽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건물의 중심에는 거대한 원통형 공간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낮은 직사각형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기하학적으로 명료한 구성과 절제된 외관도 인상적이지만 필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의외로 중앙 열람실의 바닥이었다. 인터넷야마토 판테온(2세기에 건립된 로마의 만신전)의 바닥 문양이 그곳에 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판테온이 신을 모시는 신전이니, 이 도서관은 '지식의 성전이 되고 싶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었다. 다만 판테온은 대리석 바닥인 데 반해 이곳은 리놀륨으로 바닥을 마감하여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공간을 계속 보다 보니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요소는 바닥에서 끝나지 않았다. 높이 약 24미터, 지름 약 26미터에 이르는 원형의 중앙 열람실은 거대한 하나의 공간으로 펼쳐지며 그 안에서 벽면은 재료와 기능에 따라 뚜렷한 층위를 이룬다. 벽의 아래쪽에는 책으로 가득한 목재 서가가 3개 층에 걸쳐 원형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이 서가는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치가 아니다. 이용자가 직접 책을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된 개방형 서가로, 당시 스톡홀름의 공공도서관이 추구했던 새로운 이용 방식을 보여준다. 고대 신전에서 신을 모셨을 법한 자리를 이곳에서는 책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중앙 열람실 내부 전경 / 사진. © FEDERICO COVRE, 출처. DIVISARE 이 서가 위로는 전혀 다른 표면, 회백색 스터코로 마감된 벽이 나타난다. 석회나 석고 등을 바탕으로 하는 미장재인 스터코는 평평하고 매끄러운 벽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되지만 이곳에서는 두껍고 불규칙한 요철을 가진 표면으로 구현되었다. 그래서 벽이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미세한 굴곡과 그림자를 가지는 부피감 있는 표면으로 자리하고 있다. 언뜻 보면 하늘에 잔잔하게 떠 있는 구름 같기도 하다. 판테온의 돔을 장식하고 있는 오목한 격자무늬가 단단한 기하학적 질서를 드러낸다면, 이곳의 스터코는 이처럼 불규칙하고 부드러운 표면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벽의 최상부에는 원형의 벽면을 따라 창들이 배치되어 있다. 무료릴게임 이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벽면의 요철에 닿아 부드럽게 퍼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밝기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서가의 목재가 책과 인간의 신체에 가까운 물질이라면 그 위의 스터코는 빛을 받아 공간을 한층 비물질적으로 느끼게 한다. 천장 중앙에서 길게 내려오는 펜던트 조명 역시 이 거대한 공간의 수직성을 강조한다. 판테온의 돔 정상부에 뚫린 원형 개구부인 오쿨루스(Oculus)가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들인다면, 이곳에서는 상부의 창과 중앙의 조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의 중심과 높이를 드러낸다. 이로 인해 책으로 둘러싸인 이 거대하고 밝은 공간에서는 어떤 지식이라도 허용될 듯한 개방감과 온화함이 느껴지지만 이 평온한 공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지식의 세계에 단번에 들어설 수 없다.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중앙 열람실 내부 전경 / 사진. Ⓒ VALENTINA SOLANO, 출처. DIVISARE 도서관의 출입구에서 이 중앙 열람실로 향하는 길은 어둡다. 그리고 높고 좁기까지 하며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이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재료들은 밝은 서고의 재료들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벽은 검은색 스터코로 마감되어 있고, 계단의 디딤판에는 어두운 석회암이, 챌판에는 흰색 대리석이 사용되었다. 둥근 철제 난간에는 가죽을 감아 손에 닿는 촉감까지 달리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앙 서고의 밝은 벽과 입구의 검은 벽이 모두 스터코라는 。이다. 같은 계열의 미장재이지만 색채와 표면의 처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밝은 서고의 스터코가 빛을 받아들이며 하늘처럼 펼쳐진다면, 입구의 검은 스터코는 빛을 억제하고 공간에 무게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단순히 조명의 밝기가 아닌 공간을 둘러싼 재료의 표면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어두운 공간의 계단을 오르는 경험은 지식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은 언제나 쉽고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황금성공략법 . 때로는 익숙한 생각을 버려야 하고,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한 채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을 지나 마침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이 도서관에서 어둠을 통과한 뒤 밝은 서고와 마주하는 경험은 바로 그 순간을 공간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왼쪽부터]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출입구와 진입 홀 / 사진. Ⓒ VALENTINA SOLANO, 출처. DIVISARE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중앙 열람실로 향하는 길 / 사진. © FEDERICO COVRE, 출처. DIVISARE 또한 입구에서 이어지는 이 어두운 벽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스』의 장면들이 얕은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서양 문학의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진『일리아스』가 고전주의 건축의 언어를 바탕으로 한 공공도서관의 입구를 장식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부조는 단순히 오래된 문학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만나기 위해 들어선 사람은 아직 한 권의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인간이 오래도록 전해 온 이야기를 공간의 표면에서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일리아스』제21장에는 “인간들은 마치 나뭇잎과 같아서 때로는 대지의 열매를 먹고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때로는 생명을 잃고 시들어가지요”1)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인간의 삶은 이처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그들이 남긴 이야기와 지식은 시간을 넘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도서관은 그렇게 축적된 인류의 기록이 새로운 삶과 만나는 장소다. 누군가의 삶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바꾸어 놓는 일, 그리하여 어둠을 지나 새롭고 밝은 세계와 마주하는 일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이 도서관은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스톡홀름 공공도서관 진입 홀 벽면의『일리아스』장면 부조 / 출처. Stockholms stad 배세연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조교수 1)『일리아스』, P.614.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주)숲코퍼레이션, 2026. 시키기 때문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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