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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유나유 작성일26-10-26 08:55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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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감각이 일 때면, 특히 그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을 때면 나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맑은 수면을 찾게 된다. 너무나 투명하여 매끈한 돌멩이 사이로 스며드는 물줄기마저 세세히 들여다보일 것 같은 곳. 맑은 수면은 세계를 두 개로 나눈다. 아래쪽 세계는 분명 위쪽을 뒤집어 놓은 환영이지만, 두 세계는 결코 같은 곳이 아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인지할 때만이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하지만 고요한 호수를 현실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언젠가 서울 외곽의 호수들을 하나씩 찾아간 적이 있다. 어떤 곳에서는 클럽처럼 댄스곡이 흘러나와 당황스러웠고, 또 어떤 곳에선 멀리서 맑아 보였던 수면이 가까이 다가가자 고인 물 특유의 비릿함을 풍기기도 했다. 이 나라에서 맑은 수면을 바라보며 사유에 잠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호사처럼 여겨지곤 했다.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관' / 사진. © 박정민 뮤지엄 산의 새로운 명상 공간, 안토니 곰리관은 그런 내게 '건축적 호수'로서 다가왔다. 이곳에 풍경을 두 개로 가르는 맑은 수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천장의 작은 구멍과 전면의 반원형 개구부로 스며드는 제한적인 빛,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을 두 개로 나누며 반사하는 매끈한 바닥 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공간이 빚어내는 진정한 반영은 시각이 아닌 '청각'에 있다. 소리의 거울 거대한 울림통 안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다. 시간제한이 있는 관람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전면의 개구부를 향해 거의 달리듯 다가간다. 쏟아지는 빛을 곁에 두고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이다. 바다이야기황금고래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은 머지않아 서서히 사그라든다. 이곳이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마련된 경유지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에 머무르며 관람하는 곳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감각적으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관' / 사진. © 박정민 가방에서 렌즈 필터를 꺼내려 지퍼를 여니, 그 아주 사소한 드르륵 소리조차 널찍한 돔을 울리며 증폭되어 내게 다시 돌아왔다. 나의 모든 움직임, 즉 나의 존재가 '청각적 반영'이 되어 이 공간의 모두에게 낱낱이 전해진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헐벗은 무방비의 상태가 된다. 모두가 그 감각을 느낀 탓인지 돌연 분주함이 가라앉고 짙은 차분함이 공간을 덮는다. 나오시마 섬의 미술관들처럼 인공광을 배제하고 철저히 자연광만으로 채워진 이 어스름 속에서, 이완된 자세로 자리를 잡고 나면 그제야 곳곳에 놓인 안토니 곰리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를 펴고 앉거나, 쭈그리거나, 드러누운 이 조각들은 마치 입체적인 픽셀 아트처럼 인간의 동작을 단순화하여 이곳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할지 알려주는 침묵의 가이드다. 천장의 구멍에서 쏟아지는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조각들 위를 고요히 오갈 것이다.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관' / 사진. © 박정민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관' - 자연의 스포트라이트를 활용한 인증샷 / 사진. © 박정민 인증샷을 찍지 않는 것이 한 공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방법이겠지만, 명암의 차이가 빚어내는 빛의 원통 안에서 조각들을 따라 이완된 자세로 사진을 찍는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오리지날야마토연타예시 . 어쩌면 공간의 형태로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이 건축의 숨겨진 의도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소음을 발하는 것만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소리의 거울로 영혼을 비춰주는 이 공간만큼 나 자신을 명료하게 돌아보게 하는 곳은 더 이상 없다. 뮤지엄 산 '안토니 곰리관' / 사진. © 박정민 공간 그 자체로 기능하는 명상 공간 곰리관을 나와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빛의 교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빛의 공간이 나타난다. 좁은 공간에 놓인 벤치, 그리고 십자 형태의 천장 개구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묵묵히 바라보는 특별할 것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의 목적을 생각하면 느낌이 다르다. 이곳은 무언가를 담아내는 그릇이 아닌, 공간 그 자체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즉,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빠르게 해석하고 빠져나가는 곳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날카로운 빛의 사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도록 마련된 곳이다. 뮤지엄 산 '빛의 공간' / 사진. © 박정민 [왼쪽] 뮤지엄 산에 설치된 안도 다다오의 작품 <청춘> [오른쪽] '빛의 공간' 진입로 콘트리트 벽 / 사진. © 박정민 이곳 앞에는 청사과를 본뜬 커다란 설치 작품이 있는데, 이 또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그 사과를 눈에 담고, 단단한 콘크리트 위에 직물과 같은 부드러운 감각을 형성하는 빛과 그림자의 일렁이는 대비를 바라보며 경사로를 오르내려 본다. 이 공간에 가만히 앉아 빛의 미세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샌가 기울어져 있던 세계를 인지하는 감각이 정시에 다다르는 초침처럼 똑바로 서는 느낌을 받는다 릴게임 백경 고래 . 뮤지엄 산을 방문한 건 십 년 만이다. 안토니 곰리관과 이 빛의 공간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장소다. 하지만 진입 단계에서 이 두 공간을 거치며 걷게 된 뮤지엄 산은 십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얕은 수면 사이를 걷는 과정도 그대로였고,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마주하는 라이오넬 파이닝거의 기하학적 추상화도 제자리에 있었지만, 두 명상 공간을 통과한 후의 감각은 완전히 재편되어 있었다. 10년간 한자리에 있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 10년간 한자리에 있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 라이오넬 파이닝거의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뮤지엄 산의 내부 / 사진. © 박정민 본관이 전시와 카페 등 채워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장소라면, 이 두 곳은 오로지 명상적 효과를 위해 공간의 경험 자체가 작품이 되고 전시가 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건축가의 의도는 그 어떤 곳보다 극단적이고 자유롭게 발현되어 있다. 시각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청각이 예민해지듯, 철저히 제한된 빛과 소리의 울림 속에서 우리의 감각은 원래 존재했던 '영.(零點)'으로 회귀한다. 언젠가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주저 없이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결심했다. 그때는 이미 이곳에 관한 글을 썼으니 카메라조차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건축적 호수가 들려주는 청각의 거울 앞에 차분히 앉아, 이곳에 존재하는 시간 자체를 온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여 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나의 감각은 내가 들여다보고자 했던 본연의 모습을 소리로든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든 돌려줄 것이고, 더 이상 지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산속의 맑은 호수를 탐하는 마음 또한 고요히 사그라들 것이다. 박정민 칼럼니스트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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