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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정원에 세워진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 지름 8m의 반구 형태로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이다. 호암미술관 제공
우리 전통 기와를 얹은 미술관. 석조 건물이지만 한옥 형상을 하고, 전통 정원까지 품었다. 경기 용인에 자리한 국내 대표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이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전통 미술을 중시해 온 이곳은 그동안 불교 회화와 겸재 정선 등 고즈넉한 공간에 걸맞은 고미술 전시를 개최해 호평받았다.
올가을, 호암미술관이 고요를 깨고, 기꺼이 시끄럽기를 택했다. 무게감 있는 고미술, 혹은 세계적 명성의 현대 미술가들의 개인전을 주로 기획해 온 미술관이 젊고 재기발랄한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들을 대거 발굴해 미술관 안팎에 심었다. 시각예술, 건축, 영화, 디자인, 음악을 넘나드는 아시아 작가 23명(팀)의 63。을 소개하는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 제목부터 ‘요란’한 이 전시는 삼성문화재단이 2001년부터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시작한 ‘아트스펙트럼’의 일환으로, 그동안 리움미술관에서 진행하다가 25년 만에 처음 호암에서 열린다.
미술관 로비에서 만나는 대형 벽화 ‘달빛 알러지’. 호암미술관 제공
전시는 제목 그대로. 미술관이라는 ‘방’ 안에 각기 다른 ‘주파수’를 발신하는 작가들을 모았다. 이들의 작품은 중첩되지 않고 새롭고 낯설다. 옥상, 주차장, 계단, 정원 등 설치 위치도 다채롭고 신선하다. 하얀 사각형 공간 안에 구겨 넣는 전시들에 감흥이 없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전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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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술관 내부 인포데스크 공간에서 ‘낙서’를 만나는 것부터 생경한 경험이다. 국보급 소장품이 즐비한 호암에 낙서라니. 이는 ‘신도시’(한국)와 대만의 ‘웨이팅룸’이 협업한 프로젝트 ‘교우’. 대만 그라피티 아티스트 노이(NOE)가 벽에 그림을 그렸고, 별도의 아트숍을 구성해 서브컬처 굿즈 상품을 파는 기획이다. 로비 입구에선 아트 듀오 dpgp78(디피지피칠팔·한국)의 대형 벽화 ‘달빛 알러지’가 시선을 끈다. 굵은 사선의 윤곽선과 손으로 문질러 번진 목탄 그림자가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공중에 떠 있는 의자를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 코끼리로 이뤄진 격자, 별똥별, 동물 발자국 등이 관람객 각자의 추억과 상상을 자극한다.
주차장 옥상에 설치돼 멀리서도 보이는 ‘타임 게이트’. 호암미술관 제공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이 만나 가능성을 살피는 전시는 특정 기준이나 정체성으로 예술을 분류하거나 묶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무한 확장하기를 택한다. 그라피티와 목탄 그림자를 지나 전시장 안에 들어오면,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 기다린다. 바로 현실의 문제를 깊게 사유한 중국 작가 루오판 첸의 커미션(주문제작) 신작들이다. ‘숨 막히는’ ‘침윤(浸潤)’ ‘위험한 단면’ ‘따가움’ 등을 통해 노동 현장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작가는 우한의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목수와 노동자들의 질병 문제에 주목한다.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재료들을 활용해 무너진 집과 쌓여가는 미세 먼지 등 노동 현장의 이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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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시는 미술관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시작된다. 본관 앞마당 소나무 사이에 은근슬쩍 끼여 있는 야자수는 가짜, 즉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레이첼 윤의 ‘퍼레이드 파라디Ⅱ’로, 인공 야자수의 머리 부분이 계속 회전하는 형태다. 테마파크의 인공 야자수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관광산업이 만들어낸 ‘이국적 낙원’을 표현했다. 주차장 건물 옥상에도 재미있는 설치작이 있다. 일본 작가 그룹 사이드 코어의 ‘타임 게이트’는 일본 주차장 간판을 재조립한 구조물이다. 미술관 외벽엔 요코야마 유이치의 만화 ‘플라자’에서 발췌한 이미지가 가득하다.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호암 카페 야외 정원엔 지름 8m의 대형 반구형 지붕(캐노피)이 관람객들의 쉼터가 돼 주고 있다.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로, 아주 오래전부터 정원을 비춰온 ‘달’처럼 자연스럽다. 그 아래에서 쉴 수 있어서 유독 인기라고 한다.
본관 앞마당을 장식한 인공 야자수 작품. 호암미술관 제공
전시는 주로 설치작으로 꾸려졌으나, 회화 작가도 포함됐다. 동양화의 질서를 재해석해 온 박웅규가 성스러움과 혐오가 공존하는 신작 회화를 선보이고, 이번 전시 유일한 프랑스 작가 이브라힘 메이테 시켈리가 혼종적 정체성과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 작업을 출품한다.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중국계 미국 작가 마틴 웡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시공간을 교차하는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 전시 공간인 ‘팔레 드 도쿄’와 공동 기획했다. 12월 27일까지, 입장료는 1만6000원.
미술관 야외 정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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