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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21일 출범 1년을 맞는다. 역대 장기 집권 내각과 비교해도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1강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소통 부재 등이 이어지면서 “독선의 한계” “1강 체제의 폐해”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지만, 정작 아베 신조 내각의 자정작용은 사라지고 고언·직언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주류→압도적 1강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취임 1년을 맞는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참의원 모두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압도적 1강’ 체제로 탈바꿈했다”고 평가했다.
‘남성 중심의 세습 정치’ 풍토가 강한 일본 정계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서민 가정에서 자수성가한 비세습·비도쿄대 출신, 소탈한 면모, 직설화법 등 개인적 매력을 무기로 ‘사나카츠’(다카이치 총리의 애칭 ‘사나’와 팬 활동 ‘오시카츠’를 합친 말) 돌풍을 일으켰다.
압도적 1강으로의 전환.은 올해 2월 중의원 선거(총선)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집권 4개월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고, 집권 자민당은 465석 중 316석을 얻었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의석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이었다. 정권의 국정 추진력도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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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출범 1년 후 지지율은 50% 안팎으로 정권 초기보다는 한풀 꺾였다. 남성 천황만을 인정하는 황실전범(왕위 계승 관련 법률) 개정안을 비롯해 ‘제2수도’ 설치법, 국기훼손처벌법 등 핵심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다, 엔저로 인한 고물가 대응 미흡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다.
하지만 앞선 ‘장기 집권’ 내각과 비교해도 높은 지지율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7~18일 전국 18세 이상 11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50%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42%), 아베 신조 2기(46%) 내각 출범 1년 당시 지지율을 웃돈다.
‘강한 일본’ 슬로건이 자민당 코어 지지층을 결집했고, 대안세력이 부재한 .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니치는 “다카이치 총리 개인 인기가 정권을 이끄는 구도는 출범 초기부터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되면 2030년까지 총리 자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직언할 사람이 없다”
문제는 독선과 불통이다. 마이니치는 “모든 일을 총리 혼자 결정하려는 독특한 방식은 정권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고 기능 마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자신의 판단을 고수하는 태도가 과신으로 이어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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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 가즈오 전 농림수산상의 초고속 낙마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야나 전 농림상은 지난 14일 취임 한 달도 안 돼 낙마했다. 지난 5월 지역구 도치기현 자민당 관계자 모임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지자체의 도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발언으로 ‘갑질’ 비판을 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자들에게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논란 초기인 지난 8일만 해도 “일로 갚으라”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야당과 여론의 압박이 거세진 뒤에야 사실상 경질했다. 다카이치 내각 첫 실각이다.
마찬가지로 ‘1강’ 정권이던 아베 2차 내각의 자정작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는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당시에는 비위 문제가 있으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실력자들이 총리에게 대응을 요구했다”며 “현재는 총리가 결정하면 주변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참의원 간부는 “총리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자민당 간부와의 면담도 급감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1년간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과 가지야마 히로시·무라이 히데키 전·현직 국회대책위원장을 면담한 횟수는 40회였다. 고이즈미 내각(145회)의 3분의 1수준이다. 2차 아베 내각(53회)보다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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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는 “다른 사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고, 여당이나 각 부처 고위 간부와 만나는 일도 적다”며 “자민당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괜한 말을 하면 나중에 화를 입는다’며 당세를 회복한 공이 있는 총리에게 쓴소리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 법안 처리 문제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소비세 감세 법안이 논의될 임시국회를 앞두고 자민당은 총리가 국회의 관행이나 야당과의 관계를 경시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총리가 ‘숙원’이라고 부르는 소비세 감세 법안을 두고 여론은 엇갈린다”며 “중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을 이용해 법안을 재의결하려 강행하면 혼란을 초래하고 정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는 고물가 대응과 내수 회복을 위한 소비세 감세 찬성 여론이 많지만, 동시에 국가 재정 악화와 사회보장제도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교 교착 상태도 숙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한·일 관계를 관리하고 있지만, 중·러와 갈등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 이후 대(對)중 관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제재로 갈등을 빚는 러시아가 최근 일본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구금했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기자와 접견하지 못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영사 면회를 해 건강상태나 사실 인식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상대방이 지정한 구치소 방문을 포함해 러시아 측에 요구하고 여러 조정을 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 측이 응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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