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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유나유 작성일26-10-19 20:29 조회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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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대표작 <구토>. 그 존재론적 깨달음의 중심에 마로니에(marronnier)가 있다. 주인공 로캉탱은 부빌 공원의 벤치에 앉아 마로니에의 뿌리를 바라보다가, 자신을 괴롭혀온 ‘구토’의 정체를 깨닫는다. 그가 혐오한 것은 나무의 형상이 아니라, 아무런 필연적 이유 없이 그 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왜 이 나무가 여기에 있는가’라는 물음은 자기 자신과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번져 간다. 그리고 존재에는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우연성’(contingence)을 깨닫는다. 이러한 생각은 검고 울퉁불퉁한 마로니에의 뿌리와 수많은 잎을 바라보는 장면 속에서 분명해진다. 국내 일부 번역에서는 이 마로니에가 ‘밤나무’로 옮겨졌다. 바다이야기 오리지널 마로니에는 가시칠엽수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horse chestnut’이라 한다. 일부 영어판에서 이를 ‘chestnut tree’라고 번역한 것이 혼동의 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밤나무와 마로니에는 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수종이며,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형상과 분위기도 크게 다르다. 마로니에는 30m 안팎까지 자라는 대형 교목으로, 손바닥처럼 펼쳐진 7장의 겹잎과 화사한 꽃, 짙은 그늘을 만드는 넓은 수관을 가져 유럽의 공원이나 가로수길에서 흔히 만나는 대표적 경관수다. 반면 밤나무는 날카로운 밤송이와 가을, 수확과 먹거리, 추석과 제례의 이미지로 친숙하다. 마로니에가 밤나무로 바뀌는 순간, 부빌 공원의 풍경에도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의 기억이 덧입혀진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상어 서울 동숭동의 마로니에공원에 밤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고 상상해 보시라. 가을이면 밤송이가 벤치와 산책로로 떨어지고, 사람들은 나무 아래를 지날 때 머리 위를 신경 써야 할지도 모른다. 나무의 종류가 달라지면 공간의 풍경뿐 아니라 그곳을 경험하는 사람의 감각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두 나무는 식물학적으로도, 또 우리 앞에 드러나는 ‘표정’과 ‘분위기’도 다르다. 마로니에를 밤나무로 번역한 것은 존재론적 명제 자체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그 명제에 이르는 감각적 경험을 변형시킬 수 있다. 명칭이 바뀌면 그 이름에 대한 감각과 기억, 장소와 문화의 관련성도 변한다. 그러나 정작 사르트르에게 이런 식물학적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우연히 생겨나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의 종류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역겨워했으니 말이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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