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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지휘자 마린 알솝과 협연하는 모습. 당시 18세였던 임윤찬은 이 협연으로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거뒀다./반 클라이번 콩쿠르
지난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22)이 최연소(당시 18세) 우승을 거뒀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악마의 협주곡’으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이 마지막 종결부를 향해 치달을 무렵 화제를 모았던 장면이 탄생했다. 지휘를 맡았던 마린 알솝(70)이 협연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이들의 협연은 유튜브에서도 지금까지 2000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다음 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임윤찬과 같은 곡을 협연하는 알솝에게 지난 8일 영상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콩쿠르에서는 참가자뿐 아니라 지휘자와 단원들도 극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참가자들의 수준도 뛰어났지만 무척 두드러지는 연주자가 임윤찬이었지요. 18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함을 보였으니까요.” 알솝은 “그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서 환생한 것만 같았다. 물론 내가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이라며 웃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전설의 협연이 4년 만에 재현되는 셈이다.
그 뒤에도 알솝은 전 세계에서 임윤찬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라벨 피아노 협주곡, 버르토크 협주곡 3번 등을 협연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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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솝은 “사람들이 잊기 쉽지만 임윤찬의 재능이 놀라운 건 단지 빼어난 테크닉만이 아니라 가슴 속에 시(詩)를 지니고 있다는 .”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독 ‘금녀(禁女)의 벽’이 높은 분야가 오케스트라 지휘다. 하지만 알솝은 2007~2021년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14년간 재직하면서 ‘미 주요 교향악단의 첫 여성 지휘자’라는 기록을 작성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2002~2008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심포니(2012~2019년), 빈 방송 교향악단(2019~2025년)까지 가는 곳마다 ‘첫 여성 상임 지휘자’로 불렸다. 지금도 폴란드 국립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도 맡고 있다. 알솝은 “언젠가는 ‘여성 지휘자’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지휘의 꿈을 심어준 스승이 작곡가이자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었다. 아홉 살 때 알솝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간 뉴욕 필하모닉의 청소년 음악회에서 번스타인이 지휘하고 해설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알솝은 “번스타인이 무대에서 청중에게 말을 건네고, 지휘할 때는 미친 듯이 。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께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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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알솝의 방에는 비틀스와 번스타인의 포스터가 붙었다.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직접 창단한 재즈 밴드에서 20년간 연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에도 “음악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고 조금 더 큰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지휘야말로 언제나 내 꿈이었다”고 했다. 1987년 독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페스티벌에서 번스타인을 사사하면서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들 사제의 만남은 1989년 미 탱글우드 페스티벌과 1990년 일본 삿포로의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알솝은 “마지막 만남에서 번스타인의 피아노 연주로 비틀스의 노래를 함께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웃었다.
현재 미 피바디 음악원에서 지휘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지금도 장벽은 존재하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해 젊은 아시아 여성 지휘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반갑다”고 했다. 후배 여성 지휘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에 대해 묻자 “수많은 거절(rejection)에도 결코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윤찬을 비롯한 젊은 연주자들에게는 “삶을 길게 바라보고 급하게 서두르지 말 것, 남들이 용기 내지 못하는 곡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 같은 음악도 항상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할 것”을 조언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은 11월 5일 아트센터인천, 6~8일 서울 예술의전당, 9일 롯데콘서트홀로 이어진다. 7일은 협연 없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곡 등을 연주한다.
타인이 무대에서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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