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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유나유 작성일26-10-14 17:34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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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 가을의 기운이 이미 성큼 다가온 듯하다. 밤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서늘한 공기가 들어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귀뚜라미 소리는 더 또렷해졌다. 뒷마당에는 소국(小菊)이 밤하늘의 별처럼 피기 시작했고, 석류는 빨갛게 익어간다. 여기저기서 알록달록한 가을의 색감을 만날 수 있다. 마치 공작의 화려한 깃털처럼 다채로운 빛깔이다. ■ 「 성장 끝나면 쇠락 찾아오기 마련 최하림 시인과 보낸 특별한 저녁 고요해지려면 마음에 공백 둬야 」 노지의 감귤도 벌써 딸 때가 되어간다. 가을 햇살은 만물을 무르익게 한다. 열매나 씨가 여물고 있다. 나는 올해 처음 지은 땅콩을 수확할 날을 즐겁게 고민하고 있다. 땅콩을 캐서 씻은 후에 툇마루에 널어 말리는 풍경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제 풀을 뽑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풀은 더 자랄 의욕이 없어 보인다. 마르고 있는 풀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밭둑의 풀을 깎았다. 밭둑은 여름을 지나면서 덤불처럼 바뀌었다. 억새가 자라기도 해서 낫질이 쉽지 않았다. 갈대든 억새든 홑으로 있지 않고 하나의 묶음을 이루면 서로 의지한 탓에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베기도 어렵다는 말이 생각났다. 밭둑을 깎고 나니 마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이발한 듯한 기분이었다. 언젠가 이즈음의 느낌을 ‘공백(空白)’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쓴 적이 있다. 시의 앞부분은 이러하다. 야마토2게임다운로드 “조용한 길과 마른 덤불이 내 앞에 있네/ 길도 덤불도 어제오늘 헐겁고/ 시간은 거기를 지나가네/ 이 며칠 나는 그것을 찬찬히 보았네/ 나라고 불렀던 어떤 무리는 。. 줄어들고/ 나는 한번 내쉬는 큰 숨이 되어/ 이제 사방으로 흩어질 수 있네” 지금은 열매와 씨앗을 얻는 때이지만, 그리하여 작물이든 수풀이든 성장의 끝을 보는 때이지만 머지않아 쇠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열매와 잎사귀가 있던 가지는 빈 가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백이 .。 많아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깥 환경의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저절로 나의 바람 또한 좀 더 줄일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때의 마음은 그 언젠가 티베트 노스님의 뒤를 따라 걸었을 때의 느낌과 흡사하지 않을까 싶다. 낡은 가사(袈裟)를 입고서 천천히 걸으시던, 걷다가 멎고 걷다가 멎으시던 노스님이었다. 어딘가에 덜 도달해도 좋다는 그런 모습이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산행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꼭 정상에 오르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고 누군가 말했고, 사람들이 그 말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요즘에는 산의 중턱까지만 올라가는 산행 모임도 있다고 했다. 골드몽릴게임 다들 설마 그런 모임이 있겠느냐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제법 매력적인 모임이라면서 함께 웃었고, 우리도 그런 모임을 한 차례 가져보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산을 오르되 중턱까지만 오르는 일도 마음에 공백을 두는 일일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는 최하림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가령 ‘나는 꿈꾸려고 한다’라는 시가 있다. “바람이 별로 없건만/ 두륜산 속 길에는 가랑잎이/ 뚝뚝 떨어져 내려 길을 덮는다/ 고요도 이 시간에는 멈추지 않고/ 흘러 두더지처럼 흙을 갈고 다닌다/ 오리나무 가지들이 하늘 높이 오르고/ 늙은 비구니가 발소리 죽이며 암자로 간다/ 가을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고 나는/ 속으로 들어가 쿨쿨 잠자려고 한다” 이 시를 읽으면 아주 오래전에 최하림 시인을 찾아뵈었던 때가 기억난다.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 어둑어둑해지자 시인은 거실에 불을 켜지 않고서 가만히 있어 보자고 했다. 말을 하지 않고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한참 지켜보았다. 거실에는 침묵과 어둠이 가득 괴어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의 일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또한 이 시를 읽으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실감하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고요를 보고, 고요를 만지고, 고요를 들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고요를 만나려면 내 마음이 조용해야 할 테다. 내 마음이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할 때 가을이 가랑잎처럼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 테다. 역시 마음에 공백을 둬야 가능한 일이다. 문태준 시인 ="_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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