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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10-06 11:29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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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밀려드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자칫 흘려보내기 쉬웠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신선 50% 행복 30%, 다정 20%’ 의 비율로 담아 보내드리는 ‘플랫 레터’ 여성의 관。으로 쓰인 책, 새로운 시선의 영화, 놓치면 아쉬운 전시, 입주자님과 나누고 싶은 노래까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해온 플랫레터 속 코너 ‘플랫한 문화생활’을 월 1회 엮어, 마지막주 뉴스레터를 발송해드린 다음주 월요일에 보내드립니다. 변정정희,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여성’과 ‘노동운동’ 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쉽게 붙지 않을 때가 많은 것 많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거기에 ‘운동’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머리에 띠를 두르거나, 조끼를 입거나, 피켓을 든 남성 활동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몇 해 전, 저는 플랫에 <노조에 휘둘린다고? ‘중년 여성 노동자’의 투쟁에 덧씌워진 낡은 편견> 이라는 기사를 퍼블리싱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저변에 흐르는 반노조 정서와 저임금·중년·비정규직·여성 노동자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꼬집은 기사였어요. 남성 노동자의 투쟁은 과욕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행동으로, 여성 노동자의 투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들이 노조에 휘둘렸다는 식으로 쉽게 폄훼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은 지금보다 더 가부장제가 공고했고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70년대 ‘운동 좀 했던’ 언니들의 ‘노동운동’을 돌아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를 흔히 ‘공순이’로 폄훼하던 시절, 이 언니들은 남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일하며 질문해 갑니다. 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지, 왜 같은 일을 하고도 남자보다 돈을 적게 받는지, 왜 결혼과 출산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서요. 이들은 생리휴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해고와 폐업에 맞서 싸웁니다 릴게임 황금성 . 노동운동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성차별이 뿌리 깊었던 시절 ‘언니들’과 같은 학력을 갖고 같은 시기에 입사한 남성들은 회사 간부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들은 노조활동을 하는 여성을 방해하거나 집단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동일방직이라는 회사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물을 뿌리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시절, 피해자임에도 대개 책임을 지고 제명되거나 물러섰던 것은 결국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책은 당시의 힘겨웠던 노동운동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공장이 쉬는 날이면 한껏 꾸미고 명동에 나가 놀고, 함께 소모임을 결성해 공부하고, 야유회에서 함께 좋아하는 나훈아 노래를 부르는 스무살 전후의 여성들이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노조 활동을 하며 이들이 느꼈던 연대감, 열정, 즐거움도 담겨있습니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 ‘공순이’라는 이름에 붙은 편견을 깨기 위해 오히려 한껏 꾸민 모습으로 요즘의 ‘인생네컷’과는 다른 무게감을 가진 ‘스튜디오 사진’을 찍은 언니들을 보면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50년 전 노동자였던 언니들은 여전히 요가를 가르치거나, 미싱을 돌리거나, 청소하거나, 자녀와 손주를 돌보는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책은 ‘투쟁’을 말하긴 하지만 그 투쟁이 노동운동만의 투쟁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새벽잠을 이기고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 것, 지친 몸을 움직이는 것,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믿는 것, 망설이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일상을 살아가며 노동하는 일 자체가 모두의 작은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저자 변정정희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적 없는 자신의 어머니 정수자의 삶까지 책의 마지막에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투쟁’ 이라는 단어를 ‘출근’ 과 동일선상에 놓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시절, 언니들이 출근했기에 지금의 내가 일터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바다상어이야기 ‘오늘도 투쟁!’은 ‘오늘도 출근!’과 다름 없을지도 모릅니다. 요아킴 트리에, <델마> 저는 요즘 무수히 많은 ‘처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실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기쁨보다는 모종의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면 매번 낯설다는 느낌이나 두려움이 따라오곤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처음’은 결국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감정을 알아가고, 이전에는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일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어쩌면 기이하기까지 한 어느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최근 재개봉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SF, 멜로·로맨스·퀴어,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델마(2017)>입니다. 마녀도 사랑은 처음이라 분홍색 벚꽃잎 대신 바싹 마른 나뭇잎 사이를 헤매며 강의실로 향하는 오슬로의 소녀 델마.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대학 신입생 델마는 우연히 만난 아냐에게 처음 겪는 끌림을 느낍니다. 하지만 델마의 ‘첫사랑’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합니다. 델마에게 사랑은 발작이고 경련입니다. 아냐와 처음 눈을 맞춘 순간 유리창에 까마귀가 날아드는가 하면, 두 사람이 호흡이 가까워질 땐 온 천장이 무너질 듯 진동합니다. 델마는 매번 정신을 잃고 마는데요. 병원은 정신적인 문제로 발현되는 발작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아냐를 만나 시작된 델마의 발작은 지독한 첫사랑의 열병처럼 보이기도, 종교적 죄의식의 발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요. 하지만 곧 델마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 마는 ‘초능력자’ 내지 ‘마녀’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를 두려워한 델마의 아버지가 신의 목소리라는 명목 아래 델마의 욕망을 통제해 왔다는 것도요. 모바일 야마토2다운로드 가부장제, 종교적 억압, 그리고 자기검열 무균지대처럼 보여왔던 델마의 삶엔 가부장적 질서와 종교적 억압이 존재합니다. 델마의 아버지는 델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습니다. 아냐를 만나 혼란스러워하는 델마에겐 “외로워서 그런 거야”라고 그의 감정을 부정하고, 주기도문을 외도록 권유합니다. 그의 손을 불꽃에 가져다 대며 더 큰 고통을 가하기도 하죠. 가정 내의 통제는 델마 스스로에 대한 검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부장제, 종교적 억압에서 자기검열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낯설지 않습니다. ‘정해진 역할을 벗어난 여성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곤 했던 중세 마녀사냥의 역사부터, 여성의 권리와 욕망을 주창하는 페미니즘을 함구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읽히기도 했어요. 최근 자신이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유능하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믿는 ‘임포스터 증후군’ 을 경험했다는 한 여성 정치인의 토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마녀의 서사를 전복하는 델마의 성장은 홀가분한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묵인되어 온 할머니의 역사를 마주한 델마는 결심합니다. 비록 타인을 해칠 수 있는 힘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본성과 그에 따른 선택을 결코 타인(아버지)에게 종속시키지 않겠다고요. 그렇게 각성한 델마는 신을 닮은 모습으로 강림합니다. 고통을 학습시킨 가부장을 응징하고 어머니에게 관용을 베풀고 사랑하는 아냐와 입맞춘 후에 ‘광장’의 군중 사이로 유유히 모습을 감춥니다. 여느 여성과 같은 모습으로요. 결국 델마의 본성을 깨운 것은 아냐와의 만남, 즉 ‘사랑’이었습니다. 연인과의 사랑, 꿈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 스스로를 향한 사랑 등 사랑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그 마음의 크기만큼 괴로움을 동반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냐를 만난 후 처음 겪는 감정과 변화에 두려움에 떨었던 델마처럼요. 하지만 그 지난한 사랑의 과정이 나의 욕망을 다시금 돌아보게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페미니스트 사상가 벨 훅스는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에서 ‘누구의 승인에 자신의 가치를 맡기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바다이야기시즌 . 어쩌면 두려움은 무언가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일은 지금의 내 욕망을 살피고, 나를 규정할 권한을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듯합니다. 마녀라고 불려 온 모든 여성들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배해온 ‘신’이라는 이름표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나를 구하러 올 ‘나의 구원자’ 는 나의 욕망을 바라보고 믿어줄 내가 아닐까요? 강여름, <제사를 폐함> 20년 전쯤, 추석 차례상 앞에서 빳빳한 양복을 입은 남정네들의 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잔뜩 신난 저는 아빠를 따라 이마에 손을 올렸습니다. “와? 니도 할끼가? 이야 니 씩씩한데?” 삼촌의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제게 쏟아졌습니다. 어찌나 얼굴이 뜨거워졌던지 애써 절을 이어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엌 저편에서 숨을 돌리며 절 지켜보던 엄마의 표정이 어떠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사를 폐함>을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결혼해보니 종가의 며느리가 되어있었던 저자가 보고 들은 상황과 다르지 않았거든요. 제사를 폐하기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투쟁기가 이와 비슷한 기억을 가진 입주자분들께 꽤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종가가 딸과 자신, 시어머니 삼대에 남긴 상처를 발견한 저자는 결심합니다. “더 이상은 안 돼. 세상을 뒤집자.” step1. 종가의 규칙 물론 제사를 폐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대 째 굳어져 내려온 종가의 규칙이 있었으니까요. 종가법 제 1조 1항. 종손부라면 아들 출산의 사명을 부여받는다. 종가법 제 1조 2항. 종손을 낳지 않은 종손부는 자격 미달로 가부장을 대면할 수 없다. 종가법 제 1조 3항. 종손 출산과 동시에 종가의 모든 의무와 권리를 상속받는다. 조직을 연상케 하는 규칙 아래엔 남존여비 문화가 깊게 뿌리 내려 있었습니다. 저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단계들을 밟아 나갑니다. 손오공게임 예시 시댁과 재정적으로 분리되어 종손의 의무 벗기, 수긍할 수 없는 발언엔 고개 끄덕이지 않기. 실질적인 행동 요령부터 이후 반응과 대처법까지 생생히 전해준다는 .에서 실제로 차별적 관행을 깨기 위해 참고할 만한 가이드북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step2. 시어머니라는 사람 대적할 악인은 없습니다. 가부장제 밖 시어머니는 다정했고, 제사노동을 자처하던 동서는 여린 사람이었으니까요. 특히 저자는 시어머니를 선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는 손주를 원하는 시부모이면서도 한편으론 저자의 삶을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는 존재였습니다. 두 사람은 경력단절이란 공통분모로 웃픈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쉬이 미워할 수 없다는 말처럼 저자는 시어머니의 역사를 읽습니다. 이해는 체념이나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악순환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되어줍니다. 처녀막이 찢어질 거라는 놀림에 자전거조차 타보지 못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악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악습만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step3. 나라는 가부장 마지막 관문은 다름 아닌 나입니다. 저자는 ‘내면의 가부장’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는데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내면의 가부장이 가부장제의 전통과 가치 규칙을 따르도록 여성들을 종용한다는 겁니다. 저자가 아들을 낳지 않을 거라고, 제사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도 혼란스러워했던 것처럼요. 그의 가부장을 깨부숴준 것은 다름 아닌 어린 딸의 한마디였습니다. 종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저자는 차별적 관행을 따르게 만드는 건 관행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는 이들의 견고함이며 이들의 위계를 혼자서 깨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여성들에겐 검열과 자책 대신 대화가 필요하다고요. 딸의 한마디가 저자의 변화로 이어지고 시어머니의 결단을 만들어낸 것처럼요. 책에서 시작된 선순환이 입주자분들에게까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추석, 너무 익숙해진 탓에 알아차리지 못한 내 안의 목소리 들어보기. 나와 같은 표정을 하는 이가 없는지 살펴보기. 나만의 <00을 폐함> 1면을 적어 내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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