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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자체가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이 그렇듯, 도시는 사물과 장소에 결부되어 있다."
건축가 알도 로시는 <도시의 건축>에서 도시와 기억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도시를 '학교'로 바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교실과 복도, 운동장(요즘엔 강당)을 모아 놓은 시설만이 아니다. 수많은 아이가 성장하고 떠난 장소이며 교사와 학부모, 때로는 한 지역의 시간이 겹겹이 축적된 공간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학교를 새롭게 만들 때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있을까.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학교 공간은 크게 달라졌다. 꿈담교실,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스쿨, 고교학.제 공간 조성에서 각 지역의 학교 공간 재구조화까지 이름과 방식은 달라도 획일적인 학교를 새로운 교육과 생활에 맞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노후한 건물의 안전과 성능을 개선하고, 닫힌 교실을 열고, 복도를 학습과 휴식의 장소로 바꾸며 디지털 환경과 생태적 요소를 도입하는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뤄진 질문이 있다.
새로운 학교에 옛 학교의 기억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학교를 30~40년 사용하면 그곳에는 기능 이상의 것이 쌓인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모든 학생들의 빛나는 혹은 아프기도 했던 추억과 기억들이 쌓인다. 입학식 날 올라갔던 현관 계단, 친구를 기다리던 복도 끝 창문 턱, 운동장 가장자리의 오래된 나무와 벤치, 수없이 글씨를 쓰고 지웠던 칠판, 졸업 사진을 찍었던 교실과 벽과 계단. 그리고 급식실, 별것 없는 놀이터 수없이 많은 작은 곳에는 어마어마했던 이야기들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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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으로 대단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문화재도, 유명 건축가의 작품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자신의 성장기를 증명하는 장소다. 학교의 기억을 남긴다는 것은 낡은 것을 무조건 보존한다는 의미와는 분명히 다르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서 시간과 대화할 작은 끈을 남기는 일이다.
칠판 하나도 학교의 역사가 된다
▲ 중국 저장성 순아오초등학교. 기존 학교의 교훈과 모자이크, 칠판, 창호와 난간 등을 남겨 새로운 프로그램과 결합했다. 오래된 흔적 자체를 학교의 기억으로 받아들인 재생이다.
ⓒ 자오쭤 건축스튜디오
세계 속의 많은 학교들에서 이러한 내용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선 몇몇 사례를 보자면 중국 저장성 산촌의 순아오초등학교 재생 프로젝트는 지역 속에서 함께 살아온 시간의 공간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방치된 학교를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면서 자오쭤 건축 스튜디오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걷어내지 않았다. 기존 본관의 모자이크와 바닥 타일, 교훈, 교실의 칠판, 복도의 문과 창을 남겼다. 계단과 철제 난간 같은 오래된 흔적도 새로운 공간과 함께 살아남았다. 공사에 참여한 지역 주민 가운데 이 학교 졸업생도 있었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가 새로 오는 사람에게는 활력을, 옛사람에게는 기억을 가져다주기 바랐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별도의 '학교 역사관'에 옮겨 전시하지 않았다는 .이다. 아이들이 걷고, 만지고, 바라보고 사용하는 일상의 공간 안에 기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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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멜버른의 패스코 베일 초등학교는 1929년 붉은 벽돌 교사동과 현대적 증축부가 공존한다. 새 건축이 과거를 흉내 내거나 지우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을 읽을 수 있게 했다.
ⓒ 코슬로프 아키텍처
호주 멜버른의 패스코 베일 초등학교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준다. 1929년에 지어진 기존 붉은 벽돌 교사동은 지역사회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건물이다. 빅토리아 문화유산위원회에 등재된 이 건물을 현대화하면서 코슬로프 아키텍처는 기존 건축을 철거하거나 신축건물 속에 감추지 않았다.
기존 건물의 붉은 벽돌이라는 건축언어를 새로운 증축부로 이어가되, 옛 건물과 새 건물이 만나는 부분에는 크림색 벽돌을 사용했다. 어디까지가 과거이고 어디에서 현재가 시작되는지를 오히려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건물 내부에도 새로운 학습공간을 삽입했다. 2025년 호주 건축가협회는 이 학교의 일련의 작업이 기존 유산의 맥락과 변화하는 지역사회를 함께 다루며 역사와 장소를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보존이 특히 학교공간 조성에서라면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것과 오래된 것의 차이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역사를 존중하는 방법이고 당연한 교육적 행위다. 우리의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서도 사용자 참여 설계 과정에서 교사와 졸업생, 지역 주민에게 질문 하나를 더해보면 어떨까.
"학교가 완전히 새로 바뀌어도 하나만 그대로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에 잠시 당황할 수는 있겠지만 답은 의외로 소박할 것이고 여러 가지의 기억이 떠오르며 장소들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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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의 느티나무 한 그루, 현관의 돌계단, 오래된 철봉, 한 번도 앉아본 적 없는 운동장 한 켠의 오래된 등나무가 있는 정자, 학생들의 손때가 묻은 난간이나 교실의 수업 내용보다 낙서 가득했던 칠판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 답들을 사전 기획과 사용자 참여 설계 단계에서
'학교 기억지도(School Memory Map)'로 만들어보면 좋겠다. 무엇을 철거할지 결정하기 전에, 무엇에 이 학교의 시간이 담겨 있는지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모두가 참여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이다.
미래학교에 과거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미래학교라고 해서 모든 것이 새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 자신이 서 있는 장소가 어제에서 오늘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역사교육이자 장소교육이며, 자신 역시 이 학교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존 러스킨은 <건축의 일곱 등불>의 '기억의 등불'에서 건축의 영광은 돌이나 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이 품어온 시간에 있다고 썼다. 그는 우리가 건축할 때 현재만을 위해 짓지 말고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공간 재구조화도 이제 '얼마나 새롭게 바꾸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지키면서 바꾸었는가'를 물었으면 한다.
새 학교를 만드는 것은 과거를 모두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 학생들과 함께 그렸던 학교건물의 한쪽 벽면, 벽돌 한 장이라도 좋다. "우리가 오기 전에도 이곳에는 삶이 있었고, 그리고 우리가 떠난 뒤에도 이곳에는 우리의 시간이 남을 것이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학교라면 좋겠다.
게는 대부분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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