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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10-02 13:46 조회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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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1) 이 선언은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떠올릴 때 오히려 더 서늘하게 다가온다. 낯선 사람과는 거리를 둘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그 거리마저 마음대로 정하기 어렵다.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이해는 깊어지지만, 역설적으로 각자의 경계가 더 선명해지는 순간도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데 있다. 카우스(KAWS)의 2026년 신작들은 바로 이 ‘난처한 가까움’에서 출발한다. 밀어내면서도 곁에 남고, 붙잡으면서도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들의 엉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 모순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서로의 거리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일에 가깝다. KAWS, 'The Red Ball', 2026, Acrylic on canvas, Photo Farzad Owrang, Courtesy of Space K 카우스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서로 붙잡고 밀치며 때로는 멱살을 잡은 채 뒤엉킨다. 그런데도 이 장면들은 좀처럼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도 상처도 없다. 격한 몸짓을 받아내는 것은 둥글고 귀여운 몸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싸움인지 장난인지, 밀어내는 것인지 붙잡는 것인지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 카우스의 작업은 이 잠깐의 망설임에서 시작된다. 싸움인지 놀이인지 결론 내리지 못한 채 조금 더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비로소 그 몸짓 뒤에 어떤 감정이 놓여 있는지를 상상하기 시작한다. 귀여움과 친숙함 앞에서 우리는 쉽게 경계심을 푼다. 그런 .에서 카우스의 캐릭터는 일종의 ‘트로이 목마’다. 다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은 군대가 아니라 평소라면 애써 외면했을 고독과 상실, 불안과 두려움이다. 바다이야기 게임장 KAWS, 'COMPANION', Balloon Inflatable Approximately 40 feet long in 86th Annual Macy's Thanksgiving Day Parade, 2012 © KAWS 이러한 방식은 오래전부터 그의 작업을 관통해왔다. 2012년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의 하늘에는 자신만만한 영웅 대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거대한 컴패니언(COMPANION) 풍선이 떠 올랐다. 작품 <SEPARATED>(2021)에서도 사건의 전말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얼굴을 감싼 채 웅크리고 앉은 한 존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2) KAWS, 'SEPARATED', 2021 © KAWS 사회적·정치적 사건을 직접 재현하는 이미지는 때때로 관객에게 먼저 입장을 요구한다. 그러나 카우스의 캐릭터 앞에서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보다 왜 이 존재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두 손에 파묻힌 얼굴, 축 처진 어깨, 아무 말 없이 웅크린 몸. 카우스가 붙잡는 것은 사건의 경위가 아니라 사건이 지나간 뒤에도 한 존재에게 남아 있는 감정이다. 공감은 어쩌면 그 흔적을 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최근 카우스는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긴장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고 말한다.3) 아이들의 놀이는 우정이 시작되는 자리인 동시에 경쟁과 소유, 양보와 배제, 규칙과 위반을 경험하는 작은 사회다. 함께 놀다가 밀려나고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견디며, 아이는 타인과의 거리를 배운다. 어디까지 다가가고 어디서 물러설 것인가. <THE WHITE FENCE>(2026)의 울타리 역시 이 질문 위에 서 있다. 울타리는 두 공간을 가른다. 릴게임 무료충전게임 그러나 울타리가 있다는 것은 그 너머에도 누군가 있다는 뜻이다. 경계가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로가 가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KAWS, 'The White Fence', 2026, Photo Farzad Owrang, Courtesy of Space K 캐릭터의 ‘캐스팅’도 흥미롭다. 갈등의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첨(CHUM)의 몸은 둥글고 부풀어 있다. 타이어나 에어백을 연상시키는 몸은 서로 부딪히고 넘어져도 쉽게 상처 입을 것 같지 않다. 격한 몸짓과 무해하게 보이는 외형 사이의 어긋남이 화면의 폭력성을 묘하게 누그러뜨린다. 귀여움이 폭력의 반대말은 아니다. 귀여움은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가까이 두고 소유하려는 욕망과도 맞닿아 있다. 첨(CHUM)의 몸이 뒤엉키는 순간 보호하려는 마음과 통제하려는 마음, 친밀함과 공격성이 한 화면 안에서 겹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X자 눈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표정이 지워진 얼굴에서는 감정을 쉽게 읽어낼 수 없다. 그래서 관객은 캐릭터의 몸짓과 상황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놀이처럼 보이는 장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싸움으로 읽힌다. 표정이 비워진 자리에는 결국 관객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들어선다. KAWS, 'Neck and Neck', 2026, Bronze, Photo Farzad Owrang, Courtesy of Space K 카우스에게 친숙함은 타인의 감정으로 건너가기 위한 문턱이다. 익숙하므로 우리는 먼저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그 가까움이 충분해졌을 때 비로소 익숙한 외형 너머에 있던 고독과 상실, 갈등과 불안을 발견한다. 이번 신작들에서 카우스는 갈등이 사라진 세계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존재들은 끝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공간에 남아 있다 황금성3게임연타 . 그럼에도 그의 세계가 냉소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존재들이 여전히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갈등을 지우지도 완전한 이해나 화해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다만 선입견이 앞서기 전에 마주하게 하고 외면하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게 한다.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 본 사람은 이전처럼 쉽게 상대를 단정할 수 없다. 한 시대의 불안과 소외를 대변했던 커트 코베인이 마지막에 남긴 세 단어 “PEACE, LOVE, EMPATHY” 가운데, 가장 위대한 말은 ‘공감’일 것이다. 공감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확신이 아니라, 끝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기꺼이 남겨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계는 남는다. 그러나 그 너머에도 나와 다른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사실을 거듭 기억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장욱 스페이스K 수석 큐레이터 1)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는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희곡 《닫힌 방》(Huis clos, 1944)에 나오는 대사다. 여기서 ‘지옥’은 단순히 타인과 함께 있는 고통이라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 속에서 자신이 규정되는 관계의 긴장을 가리킨다. 2) <SEPARATED>(2021)는 카우스가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던 가족들이 분리되고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데서 출발했다. 그는 당시 신문에서 작품과 유사한 자세로 앉아 있는 한 소녀의 사진을 보았으며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Jim Shedden, “Interview with KAWS,” in Julian Cox and Jim Shedden, eds., KAWS: FAMILY(DelMonico Books / Art Gallery of Ontario, 2024). 로 되지 않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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