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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의 주인공인 조씨 부인(손예진). 넷플릭스 제공
조선 정조 시대, 한양 북촌에 사는 예조판서 부인 조씨(손예진)가 옛 정인이자 당대 최고의 바람둥이인 사촌동생 조원(지창욱)에게 남편의 어린 소실 소옥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조원은 너무 쉽다며 거절하고, 대신 좌의정댁 맏며느리인 청상과부 희연(나나)을 유혹 상대로 지목한다. 사랑을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두 사람의 내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1782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이 소설은 1988년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포함해 각국에서 수십 차례 재해석됐다. 한국에서만도 이번이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영화 ‘위험한 관계’(2012),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2018)에 이은 네 번째 영상화다.
넷플릭스 '스캔들'에서 조씨 부인(손예진)이 좌의정댁 청상과부 희연(나나)을 찾아가 죽은 남편의 유품을 건네며 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왜 지금 300년 전 고전을 다시 소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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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지우 감독은 “고전의 품격이 있으면서 놀랍도록 현대적”이라고 원작 매력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뒤집힌 성별 구도에 끌렸다고 한다. 그는 “18세기에 여성이 남성을 주도하고, 남성은 벗어나지 못하는 관계가 매우 흥미진진했다”며 “거기서부터 출발해 근대 맹아기 정경부인과 조씨 부인, 희연, 소옥, 소옥의 모친, 몸종 은실까지 여러 층위의 여성 캐릭터들이 전부 자기 주도성을 쥐고 각자의 인생을 돌파해 나가는 형태로 이야기를 구조화했다”고 했다.
스캔들은 공개 후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1위,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3위에 올랐다. 판소리로 이야기를 열고 닫고, 애니메이션으로 풍속도에 생기를 불어넣는 등 한국적이면서도 다양한 시도가 특히 호평받았다. 담벼락이 불규칙하게 얽혀 있는 북촌의 풍경이나 조씨 부인이 집 안에서 누에를 치는 모습 등은 철저한 고증의 결과물이다. 정 감독은 “당시 난개발이 극심한 가운데 권력을 잡은 사람이 마당을 냅다 넓혀 살다 보니 골목과 골목이 아주 얽혀 있었다고 한다”며 “누에치기를 통해서는 생산성이 발전하기 시작한 시대상과 조씨 부인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 손예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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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취화선’(2002) 이후 처음 사극에 도전한 손예진의 새로운 얼굴도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손예진은 “이번엔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모든 것이 제약되는 시대 한 여인의 뛰어난 재능과 욕망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조씨 부인은 현숙한 사대부가 여인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막후에서 능력을 발휘해 상대 심리를 알아내려 하는, 꿍꿍이 많은 인물이다. 확실한 정답이 없어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손예진은 “조씨 부인의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감춰졌다가 결국 뒤틀려 버렸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라며 “연민을 유발하거나 이해시키기보다 살아 숨 쉬는 복합적인 인물로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극적인 애정 장면, 늘어지는 전개가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열녀의 의무를 강요받는 희연 역 나나의 도회적 이미지를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왔다. 이에 정 감독은 “죽어야 한다는 중력이 작동하고, 스스로도 받아들이려 했던 사람이 사랑과 배신을 겪고 보란 듯이 살아남겠다고 선언하려면 나나가 가진 날것, 생감정의 연기에서 나오는 힘이 필요했다”며 “의지와 주체성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외모가 전통적인 상인지 서구적인 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스캔들'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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