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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레게의 논어 역주’ 4권 출간
- 한문 영어 우리말 ‘삼각 번역’ 눈길
19세기 영국 출신 중국학자이자 선교사였던 제임스 레게(1815~1897)의 ‘논어’가 130여 년 만에 온전한 한국어 역주로 나왔다. 하영삼 경성대학교 교수와 정혜욱 국립부경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지난달 공동 역자로 레게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고쳐 쓴 1893년 옥스퍼드대 클래런던 출판사 개정판을 저본으로 ‘제임스 레게의 논어 역주’전 4권(세창출판사)을 출간했다. 한문 원문과 레게의 영어 번역·주석에 우리말 번역과 고문자학적 고증을 더한 1808쪽의 대작이다.
공동 역자인 하 교수와 정 교수는 2021년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 지원 과제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2025년 원고를 완성하고 2026년 출간까지 약 5년이 걸렸다. 하 교수를 17일 남구 대연동 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하 교수가 번역을 시작한 건 레게 연구 권위자인 홍콩침례대학교 로렌 피스터(Lauren F. Pfister) 교수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피스터 교수는 부산을 여러 차례 찾아와 하 교수에게 레게 저작의 가치를 얘기했다. 원작의 방대한 규모, 영문 한자 번역과 교차 검토, 한자학적 고증 등 녹녹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하 교수는 끝내 결실을 맺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2025년에 원고를 완성했지만 저술을 꼼꼼히 살피고 출간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출판사 대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일정이 늦어져 해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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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교수는 “번역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번역 자체보다 레게의 영어와 한문 원전, 역대 주석을 하나하나 대조하고 인명 지명 인용문헌을 확인하는 고증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며 “작업이 쉽지 않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출간 작업 막바지를 책임져 준 출판사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작고는 마음 한켠 짐으로 남아 있다.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노력에 감사하고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5년여 작업을 회고했다.
작은 표기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레게가 공자 부인의 성씨를 오늘날 통용되는 ‘기관씨(亓官氏)’가 아닌 ‘견관씨(幵官氏)’로 적은 것을 두고도 당시 자료에 따른 것인지 조판 과정의 오류인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문헌을 샅샅이 뒤졌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어를 오늘의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도 큰 도전이었다. 영국인 레게가 영어와 한자의 쓰임을 두고 고민했듯 두 교수도 영어와 한자, 한글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검토에 재검토를 거듭했다. 작은 의문도 용납하지 않았다.
영어나 영문학 전공자에게는 중국 고전과 주석 전통이 낯설고, 동양 고전 연구자에게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어와 사유 체계가 쉽게 넘기 어려운 문턱이었다. 특히 논어 원전과 역대 주석을 읽어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영어와 문화, 그리고 선교사이자 한학자였던 레게의 사유 방식을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했기에 두 교수의 협업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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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저에게는 낯선, 영어 표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문화적 배경을 하 교수께 질문하고 답하고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며 “서로 다른 전공이 만났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국내 독자들이 레게 논어를 서양 학자의 해석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배척하기보다, 하나의 해석 전통이자 비판적으로 검토할 자료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게가 인(仁)·군자(君子) 등 익숙한 개념을 맥락에 따라 다르게 번역했듯,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온 논어의 뜻도 다시 질문해 보고 전통적 해석과 레게의 해석, 현대 연구를 함께 비교하며 고전을 새롭게 읽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도 이어진다. 하 교수는 고전의 핵심 개념을 어원으로 풀어낸 ‘어원 논어’를 집필 중이다. 두 교수는 레게의 번역을 동아시아의 역대 주석이나 후대 영어 번역과 비교해 인·군자·천·도 등의 개념이 시대와 언어를 건너며 어떻게 변했는지도 연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고문자 자형과 역대 주석, 주요 번역을 연결한 디지털 자료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130년 전 서양 학자가 읽었던 논어를 다시 읽는 것은 결국 오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논어를 다시 묻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전이 여전히 살아 있는 텍스트라는 것을 독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발견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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