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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09-18 17:51 조회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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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갈대숲 너머로 붉게 물드는 마동호 습지 /허수연 (주)로카 대표
지난 25일, 나는 경남 고성 마동호 습지 마을회관에 있었다. 곤기·두호·거산·낙정, 습지를 둘러싼 네 마을 주민들로 꾸려진 마동호지역관리위원회 앞에서 '에코테인먼트'라는 주제로 2시간을 강의했다.
내용이란 생태와 경제와 재미를 한 그릇에 담자는 것이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마을들이 좀처럼 얻지 못했던 성취감을 이제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오랜만에 만난 고성 사람들. 그들이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습지를 '지켜야 할 짐'에서, 이제 "아낄 만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동호 습지에 국제적인 훈장이 붙었다. 지난 10일, 마동호 습지가 람사르습지 제2599호로 공식 등재됐다. 대한민국에서 27번째다. 2022년 세계 습지의 날에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4년 만이다.
염분 농도가 철 따라 오르내리는 기수역 하구습지, 갈대밭과 갯벌과 모래톱이 이어진 이 자리에 다양한 생물들이 촘촘히 들어차 있다. 23종의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총 739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한다.
고성군의 마동호를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마동호는 태어날 때부터 습지가 아니었다. 60여 년 전, 바닷물을 막는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생긴 인공 저수지다. 자연을 막아 세운 구조물이라 환경이 열악해질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생태계가 복원되고 다양성이 풍부하게 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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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의 배수 갑문을 오르내리며 바닷물과 민물이 철 따라 섞이자 그 자리에 갈대밭과 갯벌과 염습지가 동시에 들어섰고, 서로 다른 물을 좋아하는 생물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인공이 자연을 대체한 게 아니라, 인공이 새로운 자연을 만든 셈이다.
방조제가 만든 저수지, 지금은 산그림자를 품은 고요한 습지가 됐다. 그 안에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에 람사르습지로 지정이 되어 고성군청과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 /최한수 에코이앤지 대표
생태 콘서트장으로 탈바꿈한 마동호
그래서 나는 마동호 생태습지를 생태 콘서트장으로 본다. 저어새와 흰꼬리수리와 수달로 뭉친 아이돌 그룹과 기수갈고둥·대모잠자리·노랑부리저어새·재두루미·큰고니·물수리·붉은배새매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갈대로 만든 스테이지로 오른다. BTS·블랙핑크 콘서트 같은, 한여름의 워터밤 축제 같은 무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은 이미 탐조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성지 같은 곳이다. 그런데 콘서트를 기획하고 무대를 짓고 조명을 달고 대기실을 청소한 스태프에게는 정작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 스태프가 바로 마동호 주민이다. 이 스태프들은 논농사를 줄이고 철새 먹이터를 지켜왔고, 해마다 습지 주변을 청소했으며, 생태습지라는 이유로 개발도 자제해 왔다.
람사르협약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명한 이용(wise use)'이다. 생태계의 자연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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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호 사람들은 농업용 저수지를 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바꾼 매우 현명한 사람들이다.
고성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로카' 멤버들. 서로를 허수아비·노부리·부엉이·상괭이라는 생태 명으로 부른다. 조용히 무대를 지휘하는 연출가이다. 지역마다 이들 같은 실력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게 한다. /허수연 (주)로카 대표
고성에는 '로카'라는 사업체가 있다. 생태를 좋아하는 여성 넷이 의기투합해 만든 조직이다. 고성의 숲·바다·습지·갯벌·인문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후 위기 대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은 '마동호 습지 대탐험'이라는 이름으로 마동호 전용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새로 짜고 있다. 습지를 지키는 손이 마을 주민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멀리서 수년간 지켜봤는데 그들의 성과가 놀랍다.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콘서트를 지휘하는 연출자이다. 주변에서 몰라줘서 아쉬울 뿐이다.
고성군에 갔을 때 마동호 한 곳으로 끝낼 필요도 없다. 차로 30분이면 상족암에 닿는다. 1억 년 전 백악기 공룡들이 갯벌을 걸어간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공룡박물관도 재미있다. 고성읍내로 들어오면 소가야 사람들이 잔디 언덕처럼 쌓아 올린 송학동 고분군이 있다. 거산마을 고인돌은 논 한복판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섬과 섬 사이 굴 양식장이 빼곡한 고성 바다는 갯장어(하모)로 유명하다. 하모는 회로 먹어도 샤부샤부로 끓여도 좋다. 봄 도다리·여름 하모·가을 전어·겨울 굴처럼 시리즈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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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와 공룡과 고분과 하모까지, 하루 안에 다 있다. 마동호는 그 시작。이다.
곧 가을이 온다. 마동호에 가보자. 며칠 묵을 계획을 잡고 망원경을 들고 저수지 둘레길을 걷고 마을회관에 들러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주민들이 내주는 밥을 먹어 보자. 야심 차게 준비한 마동호 김밥과 둠벙 김밥, 독수리 김밥을 찾으시라.
고성은 겨울에 독수리의 천국이다. 민박집에 누우면 밤하늘에 열린 별빛 천국을 볼 수 있다. 에코테인먼트는 결국 이런 것이다. 생태를 지킨 값을 경제로 돌려주고, 그 과정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마동호 생태습지 지역 주민들에게 '고성군의 에코테인먼트'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들은 마동호 습지를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허수연 (주)로카 대표
☞기수역(汽水域)= 바닷물(해수)과 민물(담수)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강 하구 구역이다. 염분 농도가 주기적으로 변해 담수생물과 해양생물이 공존하며, 갯벌과 갈대밭이 발달해 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 역할을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흰꼬리수리와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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