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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분쟁 조정법이 필수·중증의료의 사법 리스크를 줄이고 환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제 시행(2027년 5월) 전 법률 해석과 중과실 판단, 책임보험, 환자안전 조사체계 등을 둘러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법조계와 의료현장에서는 12대 중과실을 법률로 구체화한 방식이 오히려 법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과실 여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당시 의료환경과 시스템의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시행령·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정 의료분쟁 조정법, 과연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을까' 공청회가 열렸다.
이에 대해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목적 자체가 예견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해놓고 실제 법을 열어보면 전혀 예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의도와 다르게 이 법의 해석이 많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개정법의 핵심 쟁。으로 ▲중과실의 법정화 ▲형사 특례 ▲책임보험 의무화 ▲설명의무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 등을 꼽았다.
특히 개정의료분쟁 조정법은 특례 적용에서 제외되는 '12대 중과실' 판단 기준 등 핵심 쟁。을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에서 구체화하도록 했는데, 이 부분이 현재 논란이다.
서 교수는 12대 중과실을 법률로 유형화한 데 대해 "유형화가 예견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 조문을 보고 중과실 유형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다시 판단의 영역을 만들어놨다"며 "예견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으로서 유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과실을 법률로 정하는 방식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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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원래 중과실은 입법부가 하는 영역이 아니라 사법부가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영역"이라며 "사법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당사자의 특수성이나 의료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판례에서 중과실이 인정된 행위를 모아 12대 중과실로 법정화한 방식에 대해서도 "그 행위만으로 중과실을 인정한 적은 없다"며 "의료과실 사건에서 법원은 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처한 환경과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는 법에 열거된 특정 행위가 그 자체로 중과실의 충분조건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사 특례와 관련해서는 법 취지와 달리 중과실이 있으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서 교수는 "중과실이면 반드시 기소하라는 조항은 아니다"며 "중과실이 아니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검사는 기소하지 말라는 조항이지, 중과실이 있으면 반드시 기소하라는 조항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해서도 고위험 필수의료의 특성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고위험 필수의료에서는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는지 없는지 자체가 애매한 영역"이라며 "과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료체계에서 ▲건강보험 수가 통제 ▲환자 진료 거부 제한 ▲개인 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책임보험 의무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을 '규제의 트릴레마'라고 지칭하며 "어울릴 수 없는 세 가지가 한꺼번에 동거하는 규제법"이라고 주장했다.
설명의무 역시 새로운 분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나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설명을 제대로 한 것이냐는 것 자체가 분쟁"이라며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것인지 시행령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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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기결정권 침해 영역이었던 설명의무 위반이 생명과 신체를 침해하는 보호법익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결국 의료분쟁 조정법만으로 고위험 필수의료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의료분쟁 조정법은 고위험 필수의료를 담을 수 없을 만큼 그릇이 작은 법"이라며 "고위험 필수의료와 관련된 부분은 별도의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개인의 과실 여부와 별개로 의료사고의 원인을 시스템 차원에서 조사하고 재발을 막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해서 응급의료진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법이 응급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법적으로 많은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필수의료와 중증의료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그것이 현재 제도를 만들고 법을 만드는 데 굉장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2대 중과실에 대해서도 "30년 동안 응급의료를 담당하면서 봐온 우리 팀원들의 많은 의료실수가 전부 12개에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환자 정보가 뒤바뀌어 잘못된 환자에게 흉관을 삽입하는 상황 등을 예로 들며 단순히 개인 의료진의 실수 여부만 판단해서는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형사 수사에서는 누가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누구의 과실이 가장 큰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를 따진다"며 "의료사고 심의에서도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 보상은 어떻게 할지를 따지지만 그렇게 하면 다음에 발생할 환자안전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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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쁜 결과가 곧 의료실수이고, 의료실수가 곧 법적 과실이며 형사책임이라는 공식이 100% 성립하지 않는다"며 "개인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고, 시스템은 무엇을 책임져야 하며, 국가는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안전 조사와 책임 판단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책임을 판단하는 것과 환자 안전 조사의 목적은 다르며 둘 다 필요하다"며 "책임을 면책해 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의료진의 건강 상태와 당시 인력 상황, 프로토콜 이탈 여부, 이탈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동일한 조건에서 다른 의료진도 같은 판단을 했을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안전 사건을 안전하게 보고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과 별도의 환자안전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개인의 실수를 계속 보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사법 처리나 소송의 무기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문화와 안전지대는 해외와 WHO에서도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환자 보상과 안전조사를 분리하고 공적 보상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분쟁이 5년, 8년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를 중환자실에 눕혀놓고 계속 분쟁을 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라며 "뉴질랜드처럼 공적 보상기금을 만들어 국가에서 먼저 배상하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가칭 '환자안전청'과 같은 독립적인 환자안전 전담기구를 만들어 의료사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개인의 문제는 재교육·면허관리로, 병원 시스템의 문제는 기관 차원의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12대 중과실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주요 쟁.으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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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개정법이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 "환자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라는 두 공익 사이에서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분쟁 해결 구조를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김 검사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형사 특례 심의체계 등을 현재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나 진료 긴급성, 당시 확보 가능한 의료자원,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진료 재량 등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후 결과만을 기준으로 과실을 판단하지 않도록 당시의 구체적인 진료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는 심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용남 수원고등법원 판사는 중대한 과실을 법률에 구체적인 유형으로 확정한 방식 자체가 기존 법체계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우리 법제에서 중대한 과실 또는 중과실이라는 용어는 낯선 개념이 아니지만 어느 법률도 중대한 과실이 무엇인지 직접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개정 의료분쟁 조정법은 이 개념의 내용을 아예 법률로 확정해버린 것으로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 직후부터 12개의 유형을 규정하는 문구 하나하나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형사 특례 조항 자체의 위헌성 논란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하위법령을 통한 보완에도 법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해당 법 조문은 폐쇄적인 입법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예시적 성격으로 취급한다면 형사 특례 조항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는 법률이 아닌 하위법령 또는 행정규칙으로 형사처벌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죄형법정주의 등에 반할 위험이 적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해당 조항이 위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이 같은 현장의 우려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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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과 논의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관。에서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여러 과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이라는 틀이 정해져 있고 이를 가져가야 하는 행정부 입장에서는 현재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법이 취지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과장은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현장의 이견과 예상되는 문제.을 최대한 최소화할 수 있는 하위법령을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며 중대한 과실과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에 대해서도 대한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범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의학적 전문성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책임보험에 대해서도 "책임보험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겠다는 생각은 정부도 갖고 있지 않다"며 공적 보상체계와 함께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보상 지원체계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도 현재 법에는 의료진 보호를 위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조건이 붙어 있으며, 특히 '12대 중과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회장은 "법은 간단하고 명료하고 명확해야 한다"며 12대 중과실의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의료진이 실제로 사법 리스크가 줄어든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청회에서 12대 중과실을 비롯한 구체적인 기준을 하위법령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명확히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12대 중과실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에 오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하위법령이 올바르게 제정돼 의료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소신껏 진료하고 환자와 보호자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안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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