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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인천시 강화군 진강산훈련장에서 열린 연합공병훈련 중 장애물 설치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올 것이 왔는데 ‘내 보따리’ 타령인가?”
지난달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 하나로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자 온갖 추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전 세계 이목이 다시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다.
연합훈련의 직접 당사자인 정부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연합훈련 중단이 미북대화를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그 직전 8·15 경축사에서는 종전을 위한 다자간 논의를 제의하고 평화체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임기내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재천명했다.
그간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던 안보 현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모양새다. 전작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측이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윤광섭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상임대표·예비역 육군소장. 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대수장 제공
첫째, 전작권은 군사에 관한 주권으로 주권국가라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원치 않은 일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이유다. 셋째, 우리의 군사력은 스스로를 지킬만큼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가지 주장은 모두 허구에 찬 위험하고 철없는 발상이라는 .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우선 군사주권과 전작권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전작권은 군사력을 운용하는 방법상의 문제일 뿐이다.
1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은 자신의 지휘권을 프랑스군총사령관 페르디낭 포슈에게 맡겼으며, 2차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에서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장군이 연합군을 지휘했다.
지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은 미군사령관이 나토회원국의 군대를 지휘한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병기창이자 보급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국력을 바탕으로 지휘권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어느 누구도 군사주권 시비를 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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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유럽에서 독자방위론이 제기되자 지난 1월 마르크 쿼터 나토군 사무총장은 “유럽은 미국없이 스스로 방위할 수 없다”며 꿈깨라고 독자방위론을 일축했다.
우리의 경우, 6·25전쟁의 위기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한 바 있다. 작전지휘는 군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말한다. 국가존망이 경각에 달려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 군의 역량을 감안하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다.
역대 유엔군사령관은 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고, 한국군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나 전력증강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제1야전군사령부가 창설되면서 한국군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고 미군을 제외한 유엔군이 모두 자국으로 철수한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뒷받침할 보다 강력한 지휘체제가 요구됐다.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연합사가 창설되면서 한미 양국군의 지휘관계는 당시 우리 군의 성장한 현실을 반영해 작전지휘가 아닌 작전통제로 변경됐다.
작전통제는 작전지휘와 달리, 전시가 되면 오로지 연합작전에 소요되는 부대와 기능을 통합해 지휘한다. 원 소속 군에 관한 인사, 교육, 군수 등 군정에 관한 사항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게 작전통제다. 그리고 연합사령관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으로 구성되는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로부터 지침을 받아 지휘하도록 했다. 어느 일방이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군사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 발령 역시 어느 일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포할 수 없다. 참모부는 한미군이 동등하게 편성돼 있다. 그래서 흔히들 연합사를 2인3각 체제라고 한다. 두사람이 다리 하나를 묶어서 함께 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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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3각 뛰기는 서로가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하면 넘어지거나 낙오하는 게임이다.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가 소중한 협력자이자 동반자라는 생각이 있어야 완주할 수 있다.
한미 양국군은 약 50년 동안 이 2인 3각 뛰기를 해 왔다. 비록 정치적 우여곡절이 있었고 갈등은 있었을지언정, 한번도 어그러지지 않았고, 익숙해졌고 한 몸이 됐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모두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동맹, 혈맹이라고들 한다.
소위 ‘군사주권’이라는 것은, 판문. 회담장에서 북측이 내뱉어온 단어다. 미군 때문에 적화통일을 못했다는 북한의 한맺힌 저주가 서려있다.
그럼에도 군사주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환’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다며, ‘회수’ 또는 ‘회복’이라고 해야 한다며 용어 자체에 시비를 걸고 있다. 그 말속에는 마치 부당하게 넘겨진 것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를 두고 미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마디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져 줬더니 내 보따리 내놔라’는 식 아닌가. 이 ‘내 보따리’가 다름아닌 소위 군사주권을 말한다. 전장을 함께 해온 한미 양국군은 결코 ‘내 보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같이 갑시다(Go together)’를 외친다.
‘내 보따리 타령’을 하는 자들은 곧잘 ‘동맹의 연루와 방기 위험’을 들고 나온다. 연루란, 동맹국간의 목표와 이해가 서로 달라 원치 않은 일에 말려든다는 것이고, 방기는 외면 당하는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북한을 공격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우리가 북한을 응징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한다. 이들 모두 한미 간에 벌어졌던 깊은 사정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1994년 북한 핵문제가 불거졌을 때 미국이 영변핵시설을 타격하지 못한 것은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동의했다면 미국은 결행했을 것이고, 아마 북핵문제는 지금쯤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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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다시 올까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간 한반도에는 숱한 북핵 관련 위기가 있었지만, 연합방위 약 50년 동안 양국은 각자의 목표와 이익을 대승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 왔고, 그나마 연합방위라는 전쟁억제 기능이 작동했기에, 위기가 제대로 관리돼 지금의 자유를 만끽하고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큰 축복으로 여겨야 한다.
중요한 。은, ‘동맹의 연루나 방기’는 ‘신뢰에 금이 생김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는 .이다. 즉 연루와 방기를 걱정할 게 아니라 동맹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지난 8월 20일 북한 노동당은 김여정을 앞세워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 수뇌부의 일방적인 지령에 따라 항변 한마디 못하는 허수아비”라며 “이것이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차고 넘친다는 한국군의 실체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동맹의 균열을 조장하는 악의에 찬 비방이며 한국군은 전작권이 없다고 거짓 선동하고, 국내 불순세력들에게 ‘내 보따리 타령’을 하라고 사주하고 있는 선전선동 술책이다. 전작권 회수론자들의 사고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미군은 。령군’이라는 인식과, 미제국주의자라는 인식을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계도해야 할 위치에 있는 소위 ‘국민주권정부’가 왜 이들의 철없는 주장을 마냥 따라만 가고 있느냐 하는 。이다.
동맹이란 공동의 적을 상정함으로써 비로소 성립된다. 한미간에는 6·25전쟁을 치르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산주의 세력을 공동의 적으로 상정해 왔다. 우리가 반미·친중·종북을 노골화하지 않는 한 연루와 방기의 위험은 결단코 없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최전선 지역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지적한 대로, 중국을 겨냥하는 단검과 같은 곳이 한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기지를 매입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지정학적으로 숙명처럼 공고히 엮여 있는 것이다.
윤광섭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상임대표·예비역 육군소장. 前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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