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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09-04 15:31 조회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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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전통적인 외교관료 조직인 대외관계청(EEAS)을 해체하고 핵심 기능을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로 통폐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제재와 무역, 기술 통제 등 경제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경제안보형 외교’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대해진 외교 조직을 축소해 예산을 절감하고, 부서 간 겹치는 업무를 없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EC)는 프랑스와 독일 주도로 연말까지 EU 외교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은 대외관계청 조직 일부를 기존 집행위 부서로 흡수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결정이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EU 핵심 제도 개편 가운데 손 꼽을만한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대외관계청은 2010년 12월 EU가 개별 국가 이익을 넘어, 27개 회원국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국제 사회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독립 기구다. 회원국마다 따로 놀던 외교를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 아래 대외관계청은 회원국이 각자 두는 대사관과 별도로 전 세계 145곳에 EU 대표부를 운영한다. 한국으로 치면 외교부와 별개로 또 하나의 외교 전문 조직을 만들어 재외공관까지 따로 굴리는 형태다. 조직을 이끄는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인물로, 현재 집행위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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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년 동안 대외관계청은 다방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외교를 담당하는 창구와, 규제를 맡은 곳이 갈라져 있어 신속하게 위기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주요 경제 대국들은 반도체 수출 통제나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 교란, 징벌적 관세 부과처럼 경제적 의존성을 무기화하고 있다. EU도 상대국을 움직이기 위해 성명 발표나 특사 파견 같은 외교적 대응보다 관세나 보조금 부과, 디지털 규제 강화 같은 실질적 제재에 집중하는 추세다.
그러나 대외관계청은 외교 교섭만 전담하고, 집행위원회가 무역과 지원금, 디지털 규제 권한 같은 통제 권력을 모두 쥐고 있어 ‘대외관계청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회원국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가령 2021년 중국은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리투아니아산 제품 통관을 막고 교역을 끊었다. EU는 이런 압박에 대응해 특정국이 부당한 이유로 교역을 거부할 경우 추가 관세와 수입 제한, 공공조달 배제, 지식재산권 제한 같은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로 되받아칠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다만 이 법을 발동하는 주체는 대외관계청이 아니라 집행위다. 한국 기업이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민감한 제재와 관련해 EU와 상의하는 창구 역시 대외관계청이 아닌 집행위원회 산하 통상·디지털 부서로 이미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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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외관계청이 2022년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올해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유럽 공세 같은 문제에 효과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제기됐다고 유로뉴스 등은 전했다.
예산 감축이라는 현실적인 목적도 크게 작용했다. EU 회원국들은 2028부터 2034년까지 잡아놓은 EU 공동예산 협상에서 집행위원회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외 사업 예산을 줄이려면 현 조직부터 겹치지 않게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회원국들이 출연한 예산 가운데 매년 10억유로(약 1조 6000억 원)를 소비하는 대외관계청으로선 예산을 대폭 절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 개편안 역시 EU 외교 업무를 집행위원회가 가진 통상 및 기술 규제 권한과 일치시키는 데 초。을 맞추고 있다. 집행위원회 내부 사무국과 법무, 예산 부서 관계자들은 통상과 경제안보처럼 규제 권한이 필요한 기능은 집행위로 넘길 예정이다. 대신 대외관계청에는 EU 평화유지군 임무와 군사 훈련 같은 제한적인 안보 업무를 남겨둘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구와 구조, 의사결정 과정을 지속해서 현대화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련 개편안은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역내 외교 무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와 독일은 다음달 정상회의에서 대외관계청 개편 논의를 주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편안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통폐합 수준은 논의 과정에서 회원국 반발을 의식해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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