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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성원성 작성일26-11-06 07:26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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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열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의 한 장면. 박송열 제공
아이가 똥을 쌌다는 소식에, 돈을 받아내려던 일이 순식간에 무마된다. 박송열 감독과 원향라 배우의 제작사 ‘사랑하자’가 만든 네 번째 장편영화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의 한 장면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 나는 이 장면이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일까. 대체 똥을 싼 게 뭐라고?
박송열은 우연히 본 노인의 인터뷰를 들려줬다. 인생에서 가장 그리운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노인은 어린 자식이 왜 똥을 누지 않을까 걱정하던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저도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요.” 언젠가 그리워질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순간들. 박송열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영화라는 이름으로 붙잡아두고 있었다.
실제 부부인 박송열과 원향라는 카메라를 세워놓고 직접 연기하며 영화를 만들어왔다. 큰 자본 없이 둘이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찾아낸 방식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찍은 것도 영화가 될까 싶었지만, 제한된 조건 안에서 영화적 표현을 찾아냈다. 그렇게 네 편을 만들었고,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2021)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기술로 살아가고 싶다는 박송열에게 노하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욕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는 거예요.”
촬영감독도, 움직이는 카메라도 없으니 근사한 화면에 대한 욕심은 진즉에 내려놓았다. 대신 고정된 카메라 안에서 이야기에 어울리는 앵글을 찾았다. 촬영도 하루 한 신으로 제한했다. 둘이서 모든 일을 하다보면 싸우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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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찍을 수 있어도 무리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영화를 더 잘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계속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다. 박송열은 육아를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이에게 내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시간도, 체력도, 돈도. 그 에너지는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고 오롯이 아이가 자라는 데 쓰인다. 이렇게 늙어가는 거구나. 그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치고 불안해질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어렵게 얻은 아이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다. 낮에는 육아하고 아이가 잠든 틈에 영화를 찍었다. 몸은 전보다 훨씬 힘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부부는 덜 싸웠다.
“영화를 하는 이유는 결국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미용실에서 아주머니들이 파마하면서 떠드는 이야기도 삶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표현들이 있어야 삶에 윤기가 흐르죠. 다만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고 싶지는 않아요. 제 영화는 저와 아내가 주인공이라 주변에서 물어요. ‘너희 진짜 사채 썼어?’ 아니거든요. 현실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99%까지 보여주되 마지막 1%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요. 예를 들면 흉악해야 할 사채업자를 오히려 조금 선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서 지나가는 사람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쳐다보게 하자. 그 미세한 간극에 극영화가 있다고 믿어요.”
이 소박하고도 단단한 영화는 202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케이비에스(KBS)독립영화상을 받았고, 원향라에게는 ‘올해의 배우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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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건과 영화의 형식이 가장 정직한 태도로 가장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났다”는 평가도 따라왔다. 박송열은 지금도 영화 외에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극장 개봉도 장담할 수 없다. 그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사과농사를 짓는 아무개씨가 어느 지역에서든 보고 싶을 때 자신의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것. 그날이 올 때까지 박송열과 원향라는 프레임 안과 밖을 넘나들며 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지 싶다.
박송열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의 한 장면. 박송열 제공
■ 박송열 감독의 플레이리스트
1. 미야자키 하야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Yq5G8EEWGF8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라고 출처를 표기한 영상인데요. 현시대의 화두인 인공지능(AI)에 대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단호한 입장이 담겨 있습니다.
2. 우유니사막 한가운데서 하룻밤을 보내면 생기는 일
https://www.youtube.com/watch?v=iQKL9OFt2JA
‘역마살 로드’ 채널에 올라온 우유니사막 탐험 영상입니다. 저도 촬영 현장을 여러 번 다녔지만 영상 속 촬영감독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오지에서 계획된 촬영을 다 마치면 숙소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 일출 장면을 찍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나가는 모습에 존경심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aO6yoZ7ew
정성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치부노트’ 저자
*김수진 소셜저널링 ‘66데이즈’ 대표와 정성은 ‘치부노트’ 저자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썼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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